검색

광고

귀족이 모든 걸 버리고 서민이 된 이유는?

뮤지컬 <웃는 남자>

이경헌 기자 l 기사입력 2025-01-23

▲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장면 / EMK뮤지컳컴퍼니 제공


1690년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는 일원인 하커가 잡혀가자, 자기들도 잡혀갈 것을 우려해 자기들이 입을 찢은 어린 소년 그윈플렌을 홀로 놔두고 배를 타고 도망친다. 

 

그러나 폭풍우에 의해 배가 난파되고 손 쓸 도리가 없게 되자 콤프라치코스는 자신들의 피로 고해의 편지를 쓴 후 하커의 술병에 넣어 바다에 흘려보낸다.

 

홀로 남겨진 그윈플렌은 거리를 걷다가 눈보라 속에서 죽은 엄마 품에 안겨 있는 갓난아기를 발견하고, 눈이 하늘의 별처럼 예쁘다며 ‘데아’라고 이름 지어준다.

 

데아와 함께 거리를 헤매던 그윈플렌은 약장수인 우르수스의 집을 발견하고 도움을 청한다.

 

냉랭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우르수스는 둘을 집 안에 들이고, 보살핀다.

 

그렇게 15년의 세월이 흘러, 우르수스는 그윈플렌, 데아와 함께 공연을 하며 먹고 산다.

 

앞에서 쇼를 보여준 후, 2부 순서로 <웃는남자>라는 연극을 통해 그윈플렌과 데아의 이야기를 공연하는데 제법 반응이 좋다.

 

여왕의 이복동생인 조시아나도 이 공연을 보고, 그윈플렌에게 푹 빠진다.

 

그러나 우르수스는 그윈플렌에게 우리 같은 사람들과 그들이 사는 세상은 다르니 아예 꿈도 꾸지 말라고 다그친다.

 

앞을 못 보는 데아가 그윈플렌의 찢어진 입을 보지 않고, 그의 인간 됨됨이만 보고 사랑을 고백한다.

 

그렇게 둘 사이에 사랑이 시작되려는 찰나, 와펜테이크가 나타나 그윈플렌을 ‘눈물의 성’으로 데려간다.

 

한번 들어가면 죽어야 나올 수 있는 곳이기에, 모두가 걱정한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페드로가 찾아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물건”이라며, 그윈플렌의 옷을 주고 간다.

 

우르수스와 극단 단원들은 모두 슬픔에 잠기고, 이 사실을 데아에게 비밀로 하기로 한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으니, 20년 전 클렌찰리 공작의 실종된 ‘적법한 후계자’인 페르만을 공작의 사생아(私生兒)인 데이빗(가명 톰 짐 잭)이 자기가 공작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페르만을 팔아넘긴 것.

 

그리고 페르만이 바로 그윈플렌이라는 것! 그윈플렌은 곧바로 공작 작위를 물려받고, 수 많은 재산과 하인도 물려 받는다. 여왕은 그에게 2천 금화를 선물하고, 상원의원에 지명한다.

 

 

게다가 데이빗과 결혼시키려던 자기 여동생을 그윈플렌과 결혼시키겠다고 한다.

 

모든 게 얼떨떨한 그윈플렌은 상원에 출석해 홀로된 자기를 돌봐준 건 바로 서민이었다며,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왕과 상원의원들이 우리는 상위 1%라며, 그윈플렌의 주장을 비웃자, 그는 모든 걸 포기하고 다시 데아에게 돌아간다.

 

뮤지컬 <웃는 남자>가 이달 9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국내 창작뮤지컬이다. 

 

2018년 초연 이후 이번이 4번째 시즌이다. 초연부터 3연까지 출연한 박강현, 양준모, 신영숙, 이상준은 이번 시즌에선 볼 수 없다.

 

권력 다툼 때문에 한순간 고아 신세가 된 귀족이 다시 귀족의 지위를 되찾고, 귀족의 지위를 이용해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려 하지만, 쉽지 않자 정치에 환멸을 느껴 모든 걸 포기하고 다시 서민 곁으로 돌아가는 내용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제아무리 귀족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이 점을 간과한다. 자기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이 극에서 상원의원들은 서민들이 치료 중 사망할 경우를 대비해, 치료받으려면 사망보증금을 내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킨다.

 

반면, 여왕의 남편에게 현재 받고 있는 연금에 더해 또다른 연금을 주도록 하는 법도 통과시킨다.

 

가뜩이나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서민에게는 부담을 가중시키고, 지금도 돈이 풍족한 왕가에는 더 많은 돈을 주자는 게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

 

그래서 그윈플랜에 이에 반기를 들자, 오히려 그를 조롱한다.

 

결국 등원 첫날, 정치에 환멸을 느낀 그윈플랜은 그 자리에서 자기가 갖게 된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지금 이 나라엔 그윈플랜 같은 정치인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이라고, 시장이라고, 대통령이라고 자기의 권력과 부를 더 축적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국민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까 고민하고, 실천하는 정치인이 필요한 때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3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광고
URL 복사
x

PC버전

Copyright 디컬쳐. All rights reserved. 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