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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칼에 말과 글로 맞선 이들

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이경헌 기자 l 기사입력 2025-01-22

 

말과 글은 사람의 생각을 지배한다. 한국인이 한국어로 사고(思考)할 때와 영어로 사고(思考)할 때 그 결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같은 사람이지만, 사용하는 언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생각도 변한다.

 

일본 사람이 한국어로 생각하면 한국 사람처럼 생각하게 되고, 한국 사람이 프랑스어로 생각하면 프랑스 사람처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는 1923년 간토대학살 이후 1935년 경성(지금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3·1운동 이후 일본이 내세운 문화통치는 겉보기엔 조선어 신문의 발행도 허(許)하고, 교육기회도 확대하는 등 우리 민족에게 좋은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고,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을 통해 일본의 사상을 주입했으며, 조선어 신문의 내용을 사전 검열하고, 폐간(廢刊)과 정간(停刊)을 통해 일본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 쓰도록 유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조선어 신문 발행을 통해 우리 민족의 얼을 지켜나가려고 애쓴다.

 

신문에 <장마>라는 시를 게재하자, 일제는 시 내용을 문제 삼아 신문을 폐간시키겠다고 협박한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재즈바 모던시티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일본어 시를 낭독하라는 명령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일본어 시를 낭독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우리말로 된 시를 낭송한다.

 

더욱더 문제인 것은 이 행사가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되었다는 점.

 

이에 조선총독부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이들을 처단하기로 한다.

 

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올해 선보여 더 의미 있는 작품이다.

 

김소월의 시 9편을 노래로 만들어 김소월의 따스한 감성을 잘 표현한다.

 

극에 등장하는 이들은 일본의 무자비한 탄압에 총과 칼이 아닌 말과 글 그리고 시로 맞선다. 요즘 시대에 부각되고 있는 ‘문화의 힘’을 미리 알았던 것일까?

 

우리의 말과 글을 빼앗기지 않는다면, 한국 사람의 정체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총, 칼에 총과 칼로 맞서는 것보다 어쩌면 말과 글로 맞서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인지 모른다.

 

이정익 역을 맡은 성태준은 지난 16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말과 글과 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며, 좋은 글로 사람의 인생이 바뀌기도 하는 걸 주위에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김동현 역을 맡은 황시우는 다른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지만, 무장투쟁이 아닌 문화로 뭔가를 해 보려고 했던 청년들의 모습을 그린 게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두 배우의 말이 이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한 말이 아닐까 싶다.

 

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는 26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공연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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