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극 <결혼전야> 공연 장면 / 13블럭 극단 제공 |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서울지부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최해주 작가가 쓴 연극 <결혼전야>가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일산 백석동에 위치한 13블럭 소극장에서 공연됐다.
내일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혁기(김지훈 분)가 신부 몰래 친구들과 파티를 하면서, 당숙 어르신과 만나고 있다고 둘러댄다.
다른 남자들처럼 총각파티를 하는 게 아닌지 선(천새롬 분)이 의심하자, 친정엄마(조성민 분)가 의심하지 말라며 말린다.
엄마랑 얘기를 나누다가 오빠들 결혼한 후 식을 올리라고 해서 애부터 낳고 살다가 결국 신혼여행을 못 갔다는 말에 선은 엄마에게 자기가 꼭 해외여행 보내주겠다며 위로한다.
그때 하나, 둘 오빠들이 집으로 온다. 그러나 곧 두 오빠와 새언니(임영희 분) 때문에 선의 속이 뒤집힌다.
큰오빠(강병조 분)가 시민운동을 하는 둘째 오빠(이준혁 분)에게 능력이 있네 없네 시비를 거니까, 둘째 오빠가 왜 매번 형수는 집안에 일 있을 때마다 안 오냐며 큰오빠를 공격하면서 분위기가 싸해진다.
그러다가 이제 또 언제 이렇게 세 남매가 모이겠냐며 술판을 벌인다.
술에 취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오빠들이 어릴 적 혁기에 대한 흑역사를 얘기하자, 선이 오빠들에게 화를 낸다.
그러다가 또 금새 둘째 오빠의 재롱에 분위기가 부드러워진다.
이렇게 소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낮에 등산 간 아빠가 연락도 안 되고, 오지도 않자 걱정과 선과 둘째 오빠가 찾아나선다.
그 사이 선의 엄마가 오늘 안 온 큰며느리에게 전화했다가 큰아들이 이혼한 걸 알게 된다.
설상가상 그때 응급실에서 전화가 걸려 온다. 날 밝으면 아버지가 중환자실로 옮겨질 상황에서 선은 오빠들과 혁기랑 결혼식을 그대로 치러야 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한다.
그 와중에 만취해 제대로 몸도 못 가누는 혁기를 보니 답답한 마음에 선은 아예 결혼을 엎을까 고민한다.
연극 <결혼전야>는 결혼을 앞두고 현실적인 문제를 그린 작품이다.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 신혼부부 대출 특례를 위해 혼인신고를 먼저한 혁기와 선은 결혼 당일, 신부 아버지가 위중한 상태에서 과연 결혼식을 치르는 게 맞는지를 두고 고민한다.
큰오빠는 식 한 번 치르기 위해 지출한 돈이 얼마인데 그냥 허공에 날리냐며 그대로 식을 진행해야 한다고 하고, 둘째 오빠와 선은 아버지가 위중한데 그깟 예식이 뭐 그리 중하냐며 취소하자고 한다.
시골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떠나기 위해 스탠바이 중이라며 혁기 역시 그냥 진행하자고 하는데, 선 입장에선 어차피 대출 때문에 이미 혼인신고를 마쳐서 법적 부부인데 그깟 요식행위가 중요한가 싶다.
사실 이 연극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대목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그러나 중간과정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하고, 정작 결말 부분은 짧은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차라리 선의 남매와 엄마의 대화 장면을 20~30분 정도 덜어내고, 아버지가 위중한 상황에서 그대로 결혼식을 진행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를 두고 토론하는 분량을 10분 정도 늘렸더라면 극이 좀 더 타이트해지고, 관객에게 생각할 기회를 줬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앞둔 20~30세대가 보면 좋을 연극임은 분명하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