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이달 3일까지 프리뷰공연을 마치고, 4일부터 본공연 중이다.
우리가 잘 아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이야기이지만, 지금의 정국(政局) 상황과 닮은 면도 있다.
내용은 이렇다. 1888년 영국 런던,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헨리 지킬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사람의 정신에서 선과 악을 분리하는 치료제를 만든다.
모든 인간은 선악이 공존하기에 악을 제거하면 자기 아버지처럼 정신질환을 앓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가 일하는 병원 이사회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반대한다.
그러자 그는 자기한테 주사한다. 그 결과 선과 악이 분리는 되었지만, 헨리 지킬 외에 애드워드 하이드라는 또 다른 자아가 나타난다.
얼마 전, 한 유흥업소에서 만난 여종업원 루시가 지킬을 찾아온다. 그녀는 하이드가 자기를 다치게 했다고 말한다.
이에 지킬 박사는 자기로부터 루시를 지키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이 세상에서 악이 사라지면 당연히 살기 좋아질 것이다. 악의 세력이 이 나라 정치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면 살기 좋아질 것이다.
그래서 종북세력을 국회에서 몰아내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발동하고, 군인들을 국회에 보내 의원들을 체포하려 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지킬 박사도, 윤 대통령도 전제조건이 틀렸다.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는 건 악해서가 아니다. 그리고 종북세력이 우리 국회를 장악하고 있지도 않다.
둘 다 잘못된 전제조건으로 출발했으니,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불과 6시간 만에 계엄령 해제 선언을 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제는 박살났다. 원/달러 환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고, 불안감에 해외 여행객이 방한(訪韓)을 취소하고, 공무원들은 대규모 회식을 취소하고, 주말마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자 공연계와 영화계는 울상이다.
6시간 만에 끝났지만, 해프닝이라 하기엔 그 여파가 너무 크다.
그리고 지킬 박사와 윤 대통령이 사랑한 여인 역시 출신에 대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그녀를 지키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도 닮았다.
항간에선 아내의 특검 소환과 구속을 피하려고 계엄을 선포했다는 말도 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니 진짜 그런 속내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지킬&하이드의 끝이 어떤지 참고했으면 좋겠다.
LED 영상을 통해 무대를 다채롭게 보여주려 한 시도는 좋았으나, 1,800여 석에 달하는 대극장인 점을 생각하면 무대를 너무 좁게 쓴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내년 5월 18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