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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동성애 아닌 인간에 대한 영화

영화 <텔 잇 투 더 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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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헌 기자
기사입력 2019-10-20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텔 잇 투 더 비즈>는 1952년 스코틀랜드의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동네의 유일한 의사가 별세하자 그의 딸인 진(안나 파킨 분)이 수십 년이 지나서야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과거 학창시절 자신에 대해 안 좋은 소문 탓에 더 이상 그 좁은 마을에서 살기가 힘들어 타의에 의해 고향을 떠났던 진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을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돌아온 것.

 

집 마당에서 양봉(養蜂)도 함께 하는 그녀에게 호기심을 느낀 소년 찰리(그레고르 셀커크 분)가 자주 집에 놀러가면서 둘은 나이를 뛰어 넘어 친구처럼 지낸다.

 

진은 찰리에게 ‘관찰 일기’를 쓰게 하고, 남편과 별거하면서 찰리를 홀로 키우는 리디아(홀리데이 그레인저 분)는 아직 잘 알지도 못하는 여의사가 자신의 아들에게 관찰일기를 빌미로 애를 꾀나 싶어 불안한 마음에 당장 진에게 쫓아간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둘은 친해지게 되고, 때마침 남편이 양육비를 보내지 않아 월세를 못내 갑자기 노숙자 신세가 된 리디아는 찰리를 데리고 진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리디아는 진의 진료도 돕고, 가사일도 도우며 한 가족처럼 지내고 진 역시 찰리를 자신의 아들처럼 아끼며 보살핀다.

 

그러나 사실 진에겐 한 가지 비밀이 있었으니, 학창시절 여자와 사귀다 마을 사람들에게 소문이 나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났던 것.

 

둘이 찰리에 대해 공동 육아를 하며 동거하자 이 같은 진의 비밀은 곧 과거부터 그곳에 살던 이들에 의해 밝혀지고, 진은 리디아와 찰리를 보호하기 위해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사실에 더 강렬한 끌림을 느낀 리디아는 결국 진과 깊은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엄마와 서로에게 비밀을 만들지 않기로 한 찰리는 엄마가 진과 동성애를 즐기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후 자신에게 엄마가 비밀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벌에게 비밀을 말하면 벌이 날아가지 않는다는 속설에서 제목을 따 온 <텔 잇 투 더 비즈>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퀴어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여자가 의사인 것조차 어색하던 시절, 여자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죽을 죄’ 취급받던 시절을 그리고 있다.

 

리디아는 진에게 오히려 그녀를 편견 없이 대해줄 외국으로 나가 사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한다.

 

같은 여성을 사랑하는 것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댈 것이 아니라, 모두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마을에 유일한 의사이지만 그녀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자기 아이가 아파도 진찰도 제대로 받지 않아 결국 죽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의사의 실력과 성별이나 그 사람의 성적 취향은 전혀 무관하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된 1950년대 스코틀랜드 뿐 아니라,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 역시 일부 과격한 기독교인들이 동성애를 합법화 한다는 이유로 성평등 관련 법이나 조례의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사는 누구나 그가 성적으로 어떠한 취향을 가졌든지 혹은 그 사람의 성별이 어떠하든지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성평등은 그들의 주장처럼 동성애 합법화를 위한 것이 아닌, 단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이서진 주연의 <완벽한 타인>에서 윤경호(영배 역)는 단지 남자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직장에서 쫓겨나 백수가 됐다.

 

동성애자라고 해서 업무에 지장이 있거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지 우리는 ‘다르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차별을 한다.

 

2천 년 전 이 땅에 온 예수는 당시 사람들로부터 차별 받던 사마리아 여인이나 세리 등에게 몸소 먼저 다가감으로써 차별 철폐에 앞장섰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야말로 앞장서서 예수처럼 이 땅에 소외 받는 이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하늘로부터 지극히 낮은 이 땅에 예수가 몸소 온 이유일 테니 말이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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