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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이유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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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헌 기자
기사입력 2024-05-07

 

1941년 영국 런던, 한 유명 여성 작가가 실종되자 세상이 떠들썩해진다.

 

사라진 작가가 한 젊은 남성에 의해 발견된다. 그녀는 한창 전쟁 중이라고 ‘착각’하고, 전쟁이 끝난 지 오랜지라 남성은 당황한다.

 

애들린과 조슈아는 서로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금이 1927년이라는 사실에 애들린이 당황한다.

 

미래인 1941년에서 왔다는 애들린의 말을 믿지 못하던 조슈아는 그녀가 쓴 소설 <댈러웨이 부인>에 자기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세히 쓰여있자, 자기가 사는 세상이 애들린의 소설 속 세상이라는 걸 인정한다.

 

이에 그는 애들린에게 비록 그녀의 책 속에 자기에 관한 내용은 없지만, 자기에 관한 이야기를 책에 써주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부탁한다.

 

애들린 덕분이었을까? 작가 지망생인 고아 출신 조슈아에게 드디어 출판의 기회가 찾아온다.

 

기뻐하는 그에게 애들린은 미안하지만, 조슈아의 이야기를 책에 쓰지 않았다며, 조슈아 스스로 얻은 기회라고 말한 후, 다시 자기가 살던 세상으로 돌아간다.

 

꿈같은 경험을 한 조슈아는 애들린과 있었던 일을 책으로 출간한다. 그 책의 제목이 바로 <버지니아 울프>.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는 실존 소설가인 버지니아 울프라는 인물이 쓴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실재와 허구를 뒤섞어 <댈러웨이 부인>을 쓴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 소설 속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독특한 설정을 선보인다.

 

소설 속 세상에 들어온 그녀는 비록 자기가 책에 쓰지 않았더라도, 수많은 사람이 소설 속 세상에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는 게임 속 세상에 들어간 주인공이 ‘배경 캐릭터’(NPC)와 함께 살아간다는 내용의 영화 <프리 가이>와 비슷하다.

 

조슈아는 자기가 사는 세상을 창조한 애들린을 창조주라고 생각해 이루고 싶은 걸 이것저것 말한다.

 

애들린이 소설에 한 줄만 적으면 조슈아는 거부(巨富)가 될 수도 있고, 스타 작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작가 입장에서 조슈아의 소원이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 펜을 들어 종이에 ‘로또에 당첨된 조슈아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다’라고 적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결국 애들린은 조슈아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우린 누구나 소원을 가지고 살아간다. 누구는 전교 1등, 누구는 대통령, 누구는 결혼, 누구는 지구의 평화 등등.

 

신의 입장에서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일은 애들린이 종이에 한 줄 적으면 되는 것처럼 쉬운 일이리라.

 

그러나 제아무리 자기가 믿는 신에게 기도해도 소원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어쩌면 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소원이기에 신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작가가 꿈인 조슈아는 작가인 애들린에게 작법을 배운다. 스타작가의 첨삭 덕분에 드디어 그는 작가 데뷔에 성공한다.

 

조금만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데, 굳이 신이 나서서 대신 꿈을 이뤄줄 이유가 없다.

 

애들린으로부터 진실을 듣기 전까지 조슈아는 드디어 등단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기의 힘으로 이룬 게 아니라는 생각에 자괴감에 빠진다.

 

기도만 하면 신이 즉각 소원을 들어주면 기쁠지 몰라도, 한편으로 나는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라는 생각에 허무감이 밀려올 수 있다.

 

무대 디자인이 단촐하지만, 조명과 영상을 이용해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는 점이 눈여겨볼 점이다.

 

특히 애들린이 기도하는 장면은 측면보다 정면에서 봐야 제대로 된 효과를 만끽할 수 있다.

 

창작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는 7월 1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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