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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끝이 없는 인간의 욕망

영화 <더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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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헌 기자
기사입력 2019-09-18


램프의 요정 지니는 소원을 딱 3가지만 들어주지만, 이 방은 무엇이든 말하는 대로 다 들어준다. 바로 영화 <더 룸>에 대한 이야기다.

 

매력적인 여성 케이트(올가 쿠릴렌코 분)와 그의 남편 맷(케빈 얀센스 분)은 제법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남편은 돈 벌이도 신통치 않은 화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를 선택한 건 케이트였다.

 

부부는 한적한 시골마을로 이사를 오는데, 케이트의 엄마 걱정처럼 거의 폐가나 다름없는 집이다.

 

그래도 나름 부부는 만족한 듯하다. 짐정리를 하던 맷은 우연히 벽지로 발라 놓은 방 하나를 발견한다.

 

굳게 닫힌 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찾아 그곳을 여니 그냥 방일 뿐이다. 뭐 대단한 것도 없다.

 

밤늦게까지 짐정리를 하고 술을 마시던 그는 이 방에 혼자 앉아서는 그냥 “한 병 더 먹고 싶다”고 중얼 거렸을 뿐인데,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들어오더니 그의 앞에 똑같은 술 한 병이 나타난다.

 

잠깐 이거 말하는 대로 이뤄진 건가 싶어 그는 밤새도록 고흐를 비롯해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읊어대고 거짓말처럼 그들의 진품 작품이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이젠 됐다 싶어 이튿날 아침 아내를 데려와 혹시 원하는 것 있냐고 물으니, 대뜸 1천 달러나 있으면 좋겠단다.

 

당연히 이번에도 눈앞에 천 달러가 나타나고, 아내는 여전히 이 남자가 장난치나 싶어 못 믿는 눈치다.

 

그렇다면 이번엔 훨씬 큰 100만 달러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니, 방 안 가득 돈다발이 쌓인다.

 

그래 뭐 이제 우리는 일하지 않아도 가난하지 않게 살아도 되겠다 싶어 부부는 최고급 캐비어부터 공주 드레스 등 평소 가져보지 못한 걸 잔뜩 이야기 하며 초호화 생활을 누린다.

 

솔직히 이런 생활이 계속된다면 세계 최고의 갑부인 만수르가 부러울까.

 

아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한 가지 부러운 것은 있다. 바로 부부에겐 아직 아이가 없다.

 

이에 케이트는 그래 어차피 말만 하면 뭐든 얻을 수 있으니 그냥 이참에 아기도 하나 달라고 소원을 빈다.

 

당연히 이번에도 예쁜 아기가 눈앞에 나타난다. 돈이라면 차고 넘치지, 사랑하는 배우자는 물론 이제 아이까지 생겼으니 이제는 무조건 행복한 날만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집에서 과거에 일어났다는 살인사건이 꺼림직한 맷은 사건을 조사하던 중 ‘존 도'(참고로 ‘존 도’라는 이름은 우리의 ‘홍길동’처럼 익명의 누군가를 지칭할 때 쓰는 가명이다.) 라는 인물로부터 방에 대한 비밀을 듣게 된다.

 

그 비밀은 방에서 만든 것은 집 밖으로 나가면 한줌의 재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그 많은 돈도 가지고 나가면 재로 변하는 탓에 차에 기름도 넣지 못하는 쓸모도 없는 돈이다. 만수르처럼 평생 쓰지도 못할 돈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부부가 만들어낸 아들 셰인도 집 밖으로 나가면 재로 변할까?

 

그 생각을 하니 맷은 아이를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치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는 그 갓난아이를 안고 집 밖으로 나간다.

 

다행인지 아이는 재로 변하진 않았다. 다만 8살 소년이 됐을 뿐이다.

 

10달 동안 임신도 안 하고 얻은 아이가 순식간에 8살이나 먹었으니 어찌 보면 이런 육아라면 백 번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부부가 간과한 것이 있으니, 아이가 말을 시작하고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 점점 부모와 마찰을 빚는다.

 

셰인 역시 처음엔 말 잘 듣는 착한 아들인 줄 알았으나, 홈스쿨링을 하면서 집 밖에 한 발도 못 나가게 하는 부모의 태도가 영 못 마땅하다. 그래서 그는 점점 부모에 대들기 시작한다.

 

이러다가 아이가 열 받아서 방에 들어가 용(龍)이라도 만들까 싶어 맷은 걱정이 된다.

 

결국 아이도 자신의 비밀을 알고 본격적으로 부모와 대립각을 세운다. 여기에 더해 자신이 집 밖에 나가도 한줌의 재로 변하지 않을 방법도 알게 된다.

 

그 방법으로 인해 이제는 부모와 원수처럼 사이가 나빠진다.

 

<더 룸>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영화다. 필요한 것 이상의 돈은 물론, 섹스와 명예까지 모든 것을 갖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방 안에서 괴물이 튀어나오는 류의 영화가 아니라, 바로 우리 내면에 내재된 괴물을 보여준다.

 

처음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감독은 프랑스인들은 한적한 시골에 가서 사는 로망을 갖고 있으나, 정작 낙향한 친구들을 보면 소비지향적으로 살던 도시인들이어서 견디지 못해 미쳐가는 듯한 모습을 보게 돼 <더 룸>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도 케이트 부부는 방의 존재를 알고 나서 매일 같이 흥청망청 소비하는 삶을 사는데, 그들 역시 도시에서 살며 소비지향적으로 살던 삶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생명은 신의 영역이지만, 욕망을 억누르지 못한 케이트는 결국 아기를 만들어 내는 일까지 하고 만다.

 

결국 자신이 창조주가 된 것인데, 니체는 인간이 자유로우려면 신을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욕망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더 룸>은 오는 25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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